
20대에는 지금보다 옷을 가볍게 샀던 것 같다.
가격이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사서 평소에는 입지 않던 색이나 디자인도 시도해봤다.
잘 어울리면 계속 입었고, 생각과 다르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과정도 필요했다.
여러 스타일을 직접 입어봤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옷은 멋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30대가 된 지금은 옷을 사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유행하는 옷이라고 바로 관심이 가지도 않고, 남성 패션에서 기본이라고 불리는 아이템이라고 해서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신 실제로 내가 어떤 옷에 계속 손이 가는지를 본다.
옷을 잘 입는다는 건 유행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낼 수 있는 기준이 생기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말하는 기본과 내 옷장의 기본은 다를 수 있다
남성 패션을 찾아보면 기본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여러 옷을 입어보면서 느낀 것은 남들이 말하는 기본템과 내가 실제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옷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신발만 봐도 그렇다.
로퍼와 더비 모두 깔끔한 남성 패션에 활용하기 좋은 신발이지만 나는 로퍼보다 더비에 손이 더 자주 간다.
스니커즈도 마찬가지다.
컨버스처럼 여러 코디에 활용하기 좋은 신발이 기본으로 자주 언급되지만, 막상 내 옷장에서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뉴발란스처럼 어느 정도 볼륨감이 있는 스니커즈를 더 자주 신는다.
어떤 신발이 더 좋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둘 다 많은 사람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내가 실제로 신었을 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쪽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남자라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말보다 내가 실제로 반복해서 사용할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같은 역할을 하는 옷은 찾을 수 있다
유행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스타일을 알게 되고, 평소라면 입지 않았을 옷을 시도할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유행한다고 해서 모두 내 옷장에 들일 필요는 없다.
항공점퍼가 많이 보이던 시기에도 나는 결국 선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입은 모습은 멋있었지만 내가 추구하는 깔끔한 스타일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추운 날에는 두께감 있는 퍼 소재의 후드집업을 입고, 조금 가볍게 걸칠 수 있는 날에는 얇은 코트를 선택하는 식으로 내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아우터를 찾았다.
유행하는 아이템을 포기했다고 해서 필요한 옷의 역할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같은 계절에 입을 아우터라도 내 스타일에 맞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이 경험 이후에는 유행을 볼 때도 ‘입을까 말까’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같은 역할을 하는 옷 중 나에게 더 잘 맞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바지 통이 바뀌어도 결국 돌아오는 핏이 있다
바지의 실루엣도 유행에 따라 꽤 많이 달라진다.
어느 시기에는 좁은 바지가 많이 보이고, 또 어느 시기에는 넓은 바지가 자연스러워진다.
나 역시 여러 형태의 바지를 입어봤지만 결국 가장 편하게 느끼는 것은 단순한 스트레이트핏이었다.
그래서 유행하는 바지 통이 바뀐다고 해서 매번 내 옷장의 실루엣까지 크게 바꾸지는 않는다.
새로운 스타일이 마음에 들면 시도해볼 수 있지만, 결국 내가 입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핏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유행과 취향을 조금 구분해서 생각하게 됐다.
유행은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중 무엇을 계속 입을지는 결국 내가 결정한다.
좋아하는 색도 생각보다 구체적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단순히 무채색 옷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옷장을 보면 그것도 정확한 설명은 아니었다.
완전한 블랙에는 손이 자주 가지만 같은 어두운 계열이라도 네이비나 다크그레이에는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반대로 밝은 쪽에서는 화이트를 편하게 입고, 그 색이 베이지나 브라운 계열로 변형되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결국 ‘무채색을 좋아한다’는 큰 기준 안에서도 내가 반복해서 선택하는 색과 그렇지 않은 색이 따로 있었다.
이런 차이는 패션 사진을 보면서 정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옷을 사고 입으면서 알게 됐다.
옷장에서 자주 꺼내는 옷과 계속 남아 있는 옷을 비교해보면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보다 실제로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가 더 잘 보인다.
자기 스타일은 머릿속보다 반복되는 선택에서 더 잘 보인다
나는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깔끔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기준이 명확했던 것은 아니다.
20대에 여러 스타일을 입어보고, 사놓고 거의 입지 않은 옷도 생기고, 생각보다 자주 손이 가는 옷도 생기면서 조금씩 정리된 것이다.
그래서 자기 스타일을 찾고 싶다면 처음부터 거창한 컨셉을 정하기보다 자신의 옷장을 한번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유난히 자주 입는 옷의 색은 무엇인지
- 반복해서 사는 바지의 핏은 어떤지
- 신발은 어떤 형태에 가장 손이 가는지
- 사놓고도 입지 않는 옷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 입었을 때 가장 자신답다고 느끼는 조합은 무엇인지
이런 선택이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내 경우에는 깔끔한 인상, 조합하기 쉬운 옷, 스트레이트핏, 특정한 색과 신발처럼 몇 가지 기준이 자연스럽게 남았다.
결국 자기 스타일은 내가 좋아한다고 선언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무엇을 선택하는지에서 더 정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스타일과 실제로 어울리는 스타일은 다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선택이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체형과 얼굴의 분위기, 전체적인 인상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매일 자신의 모습을 보다 보면 스스로는 무엇이 어색한지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현재 스타일을 한번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성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궁금하다면 실제 이성의 시선으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옷을 입으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와 다른 사람이 실제로 받는 인상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고집할 필요도 없다.
잘 모르겠다면 기본적인 디자인부터 다시 시작해도 된다.
그 상태에서 핏이나 색, 신발처럼 한 가지씩 변형해보면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기가 훨씬 쉽다.
내 스타일을 알게 된 뒤에는 네 가지로 옷을 거른다
어느 정도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 생긴 뒤에는 새 옷을 살 때 기준이 단순해졌다.
내가 보는 순서는 활용도, 핏, 소재, 가격이다.
활용도
가장 먼저 이미 가지고 있는 옷과 얼마나 쉽게 입을 수 있는지 생각한다.
옷 하나만 봤을 때 멋있더라도 같이 입을 바지나 신발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손이 잘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레이어드해서 여러 계절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같이 본다.
핏
그다음은 실제로 입었을 때 나에게 잘 맞는지다.
옷을 입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조금 더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서 활용도가 좋아도 내 몸에 입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지 않는다.

소재
소재는 입었을 때의 만족감과 실제 착용 횟수에 영향을 준다.
나는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피부에 닿았을 때 불편한 소재는 오래 입기 어렵다.
반대로 괜찮은 소재를 사용한 옷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크다.
다만 소재가 좋아도 관리가 너무 어렵다면 다시 생각한다.
세탁 후 핏이 달라져 거의 입지 못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세탁과 관리 방법까지 실제 생활의 일부라고 본다.
가격
마지막으로 가격을 본다.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사기보다 내가 정한 가격 범위 안에서 괜찮은 옷 한 벌을 골라 오래 입는 쪽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비쌀수록 좋은 옷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의 세 조건을 만족한 옷이 내가 정한 범위 안에 있는지가 중요하다.
브랜드는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
유명한 이름이 붙어 있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내가 얼마나 자주 입을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개성을 만들기보다 기본에서 조금씩 바꾸는 편이 쉽다
자기 스타일이 아직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처음부터 특별하게 입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난한 디자인과 익숙한 색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 상태에서 하나씩 바꿔보면 된다.
평소보다 조금 다른 핏을 입어보고, 새로운 색을 하나 추가해보고, 로퍼 대신 더비를 신어보거나 평소 신지 않던 형태의 스니커즈를 시도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유행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실제로 입어본 뒤 다시 손이 가는지를 보는 것이다.
잘 맞으면 남기고, 어색하면 다시 원래의 기준으로 돌아오면 된다.
20대에 여러 옷을 시도했던 경험도 결국 이런 식으로 내 기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잘못 산 옷도 완전히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무엇이 나에게 맞지 않는지는 알려줬기 때문이다.
30대 남자 패션은 유행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고르는 일이다
30대가 됐다고 유행을 무시하고 몇 년 동안 같은 옷만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옷을 보고 마음에 들면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제는 유행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스타일 전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항공점퍼가 나에게 맞지 않으면 다른 아우터를 입고, 바지 통의 유행이 달라져도 스트레이트핏이 가장 편하면 그대로 입는다.
남들이 기본이라고 말하는 컨버스에 손이 가지 않고 다른 스니커즈를 더 자주 신는다고 해서 패션의 기본을 잘못 이해한 것도 아니다.
블랙은 좋아하면서 네이비에는 손이 가지 않는 것처럼 취향은 생각보다 세세한 선택들의 집합일 수 있다.
취향은 결국 자기 삶에 어울리는 것을 고르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행은 선택지를 보여주고, 취향은 그중 무엇을 내 것으로 남길지를 결정한다.
내 스타일을 찾는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한 옷을 찾는 일이 아니라, 여러 번 입어본 끝에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