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운전을 자주 하게 된 것은 부모님 차를 이용하면서부터였다.
차가 없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운전에 익숙해진 뒤에는 원하는 시간에 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계속 부모님 차를 이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내 차를 구매했다.
차가 생긴 뒤에는 출퇴근뿐 아니라 데이트나 약속에서도 확실히 편해졌다. 근교로 이동하기 쉬워졌고, 늦은 시간에는 택시를 잡거나 택시비를 걱정하는 일도 줄었다.
그래서 지금도 자동차에 들어가는 돈이 모두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직접 차를 가지고 생활해보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차를 살 수 있는 것과 그 차를 부담 없이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자동차 예산은 차값으로 끝나지 않는다
차를 알아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차량 가격이다.
2천만 원짜리인지, 3천만 원짜리인지, 매달 할부금은 얼마인지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차를 구매하는 순간 필요한 돈은 차량 가격만이 아니다.
보험료와 세금이 있고, 실제로 운행하면 유류비와 주차비가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정비와 소모품 교체에도 돈이 필요하다.
중고차를 구입한다면 이전등록이나 구입 직후 정비에 필요한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365의 중고차 구매가이드에서도 가용 예산을 차량금액만으로 보지 않고 이전등록비, 보험료, 소모품 교체비용 등을 함께 포함하도록 안내한다.
결국 자동차 예산을 정할 때는 ‘이 차를 살 돈이 있는가’보다 이 차를 산 뒤 반복해서 들어갈 돈까지 생활 안에 넣을 수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
내가 예상보다 크게 느낀 것은 유류비와 주차비였다
차를 사기 전에도 보험료와 자동차세 같은 비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가 실제로 차를 가지고 난 뒤 예상보다 더 크게 체감한 것은 오히려 유류비와 주차비였다.
특히 기름값은 고정된 비용이 아니다.
내 경우에는 비슷하게 운전해도 유가에 따라 한 달 유류비가 4~5만 원 정도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한 번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여도 매달 생활비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꽤 다르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차를 운전하면서는 주차비도 생각보다 자주 신경 쓰게 됐다.
약속 장소에 차를 가지고 갔다가 한 번에 만 원 안팎의 주차비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대중교통이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 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계속 추가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유지비를 계산할 때는 보험이나 세금처럼 쉽게 떠올리는 항목뿐 아니라 내가 실제로 생활하는 지역과 이동 방식에서 반복되는 비용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차를 산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유지비만 놓고 보면 차가 없는 쪽이 더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돈으로만 평가하기도 어렵다.
내 경우에는 차가 생긴 뒤 얻은 편의가 분명했다.
출퇴근할 때 이동이 편해졌고, 약속 장소를 정할 때 대중교통 노선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줄었다.
주말에는 근교까지 이동할 수 있고, 늦은 시간에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도 줄었다.
차가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장소에 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단순히 줄여야 할 지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지불하는 비용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이동의 자유를 얻고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그 편의가 자동차 유지비보다 중요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차 자체보다 내 생활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에 얼마까지 써도 될까
이 질문에 연봉이나 월급만 가지고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주거비와 부채, 저축 목표, 주차 환경, 운전하는 거리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연봉이 같다고 해서 같은 가격의 차를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 가격을 정하기 전에 네 가지를 먼저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1. 차를 실제로 얼마나 자주 사용할 것인가
출퇴근에 매일 사용하는 사람과 주말에 한두 번 사용하는 사람에게 자동차가 주는 가치는 다르다.
단순히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일주일 동안 언제 차를 사용할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는 편이 좋다.
2. 주차할 공간이 있는가
차량을 구매하고 나면 집에서부터 주차가 시작된다.
거주지에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주차공간이 있는지, 직장에서는 어떻게 주차할지, 평소 자주 가는 지역의 주차환경은 어떤지도 실제 유지비와 편의에 영향을 준다.
특히 주차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 생활한다면 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불편이 될 수도 있다.
3. 차값 이외의 비용을 매달 감당할 수 있는가
보험료와 자동차세는 매달 내지 않더라도 결국 자동차를 소유하면서 반복해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유류비와 주차비, 정비비도 빠질 수 없다.
자동차세는 차종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매 전에는 자동차365 자동차 세금 예상 계산처럼 공식 계산 서비스를 이용해 확인해볼 수 있다.
할부로 구매한다면 여기에 월 상환액까지 더해진다.
이 돈을 모두 합친 뒤에도 부담스럽지 않은지를 보는 것이 차량 가격 자체보다 중요하다.
4. 차를 가진 뒤에도 다른 목표를 유지할 수 있는가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산 뒤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주거 준비나 취미처럼 원래 중요하게 생각하던 생활을 계속 포기해야 한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자동차 비용을 내고도 내가 원하는 생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차가 주는 편의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면 그 소비는 나에게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차를 살 수 있는 최대 금액보다 차를 산 뒤에도 다른 선택지가 남는 금액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첫차에서는 갖고 싶은 차와 감당할 수 있는 차를 구분했다
나 역시 돈에 여유가 많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더 좋은 디자인이나 성능, 더 높은 차급에 눈이 가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첫차를 구매할 때는 그 마음과 실제 구매를 따로 생각했다.
처음 소유하는 차였기 때문에 신차보다 중고차를 선택했고, 차량 가격 역시 내 월급에서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범위 안에서 정했다.
자동차는 오래 보유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팔 가능성이 있고, 대부분의 차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중고 시세가 달라진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차까지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부담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선을 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갖고 싶은 차가 있다는 것과 지금 그 차를 사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차가 정말 필요한지 모르겠다면 먼저 빌려서 생활해본다
차를 한 번 구매하면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 된다.
그런데 아직 자동차가 내 생활에 얼마나 필요한지조차 잘 모르겠다면 차량 가격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2~4주 정도 실제 생활에서 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끔 사용할 생각이라면 필요한 날에 카셰어링을 이용해보고, 출퇴근처럼 자주 사용하는 상황까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자신의 이용 빈도에 맞는 단기렌트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빌리는 비용과 자가용 유지비 중 어느 쪽이 몇 만 원 더 저렴한지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 실제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는 것이다.
- 일주일에 차를 실제로 몇 번 이용했는가.
- 주로 어떤 상황에서 차가 필요했는가.
-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시간과 편의가 얼마나 좋아졌는가.
- 주차는 생각보다 편했는가, 오히려 불편했는가.
- 이 정도 편의를 위해 매달 일정한 비용을 계속 부담하고 싶은가.
한 달 가까이 차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도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면 소유의 필요성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자주 이용하고 생활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면 자동차가 내 생활에서 차지하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훨씬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차가 필요한지를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것보다 실제 생활에서 시험해보는 편이 구매 후 후회를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형편에 맞는 차는 다른 선택을 남겨주는 차다
자동차는 분명 돈이 많이 들어가는 소비다.
차량 가격뿐 아니라 보험, 세금, 유류비, 주차비, 정비비처럼 소유하는 동안 계속 비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무조건 줄여야 할 사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게 자동차는 출퇴근을 편하게 만들었고, 이동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의 범위를 넓혀줬다.
그 편의에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지금도 차를 가지고 있다.
결국 자동차에 얼마까지 써도 되는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타는 차나 연봉별 추천 차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차가 내 생활을 얼마나 편하게 만드는지, 앞으로 반복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비용을 지불하고도 나에게 중요한 다른 선택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이전에 돈을 다룬다는 것은 결국 삶의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라고 썼다.
자동차 역시 그 기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내 형편에 맞는 차는 내가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차가 아니라, 그 차를 유지하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