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시작되면 에어컨을 켤 때마다 전기요금이 신경 쓰인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실내는 덥고 습한데, 에어컨을 오래 사용하면 다음 달 요금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몇 분마다 껐다 켜거나 무조건 더위를 참으면 집에서도 제대로 쉬기 어렵다.
에어컨 전기세를 줄이는 방법을 검색하면 서로 반대되는 조언도 쉽게 나온다.
계속 켜두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 반면, 사용하지 않을 때마다 끄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로 강하게 틀어야 한다는 방법도 있고, 처음부터 적정 온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모든 에어컨과 모든 집에 같은 사용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품의 작동 방식, 냉방할 공간의 크기, 단열 상태, 햇빛이 들어오는 정도와 사용 시간에 따라 소비전력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요금을 줄이려면 무작정 에어컨을 덜 사용하는 것보다, 냉기가 불필요하게 새는 지점부터 확인해야 한다.
전기요금은 사용 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에어컨을 하루에 몇 시간 사용했는지만 보고 다음 달 전기요금을 정확히 예상하기는 어렵다.
같은 시간을 사용해도 설정 온도와 실내외 온도 차이, 에어컨 용량, 필터 상태와 집의 단열 조건에 따라 사용 전력은 달라질 수 있다.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방이나 창문이 열린 공간에서는 실내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 에어컨은 설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 더 오래 냉방해야 한다.
반대로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문을 닫으면 냉방해야 하는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전기요금은 에어컨만 따로 계산되는 것도 아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제습기, 컴퓨터와 조명 등 집 전체의 월간 전력 사용량이 합산된다. 에어컨을 사용한 날에 제습기와 건조기까지 오래 사용했다면 전력 사용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 수 있다.
따라서 냉방비를 관리할 때는 에어컨 사용 시간만 기억하기보다 월간 전체 사용량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먼저 에어컨의 작동 방식을 확인한다
인터넷에서 본 절약 방법을 적용하기 전에 우리 집 에어컨이 어떤 제품인지부터 확인한다.
에어컨 옆면이나 하단의 제품 표시에서 모델명을 찾고, 제조사 홈페이지나 사용설명서에서 인버터 방식인지 확인한다. 구입한 연도만으로 추측하기보다 모델명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제품마다 지원하는 절전 운전, 자동 운전, 취침 운전과 전력량 확인 기능도 다르다.
다른 제품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설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현재 사용하는 모델의 설명서를 기준으로 기능을 선택해야 한다.
인버터 에어컨은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끄지 않는다
인버터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가까워지면 압축기의 출력을 조절하며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처음 더운 실내를 식힐 때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출력으로 작동하지만, 설정 온도에 도달한 뒤에는 출력을 낮춰 운전할 수 있다.
인버터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도달한 뒤 출력을 낮춰 운전할 수 있어, 사람이 계속 머무르는 동안 전원을 짧은 간격으로 반복해서 껐다 켜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낫다.
에어컨을 끈 뒤 방이 다시 더워지면, 다시 켰을 때 실내 온도를 낮추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다만 인버터 에어컨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없는 집에서 무조건 계속 켜두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출근이나 장시간 외출처럼 오랫동안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과, 잠깐 방을 이동하거나 짧게 외출하는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 예약 기능이나 외출 절전 기능이 있는 제품이라면 설명서를 확인해 활용할 수 있다.
핵심은 절대 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계속 머무르는 동안 불필요한 전원 반복을 줄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내의 열부터 줄인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실내가 지나치게 덥다면 에어컨을 켜기 전에 짧게 환기해 쌓인 열을 내보낸다.
환기를 마쳤다면 창문과 문을 닫고 냉방을 시작한다.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창문을 계속 열어두면 차가운 공기가 빠져나가고 습한 외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다.
제품에 빠른 냉방이나 강풍 기능이 있다면 설명서를 확인해 초기에 사용할 수 있다. 실내가 어느 정도 시원해진 뒤에는 적정 온도와 자동 운전으로 조절한다.
설정 온도를 필요 이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은 피한다.
리모컨의 온도를 매우 낮게 설정한다고 방의 열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목표 온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에어컨이 더 오래 높은 부하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철 냉방 온도를 26℃ 이상으로 설정하고,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며, 필터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다만 집의 단열 상태와 습도, 개인의 건강 상태는 서로 다르다. 무조건 특정 온도를 견디기보다 지나치게 낮은 설정을 피하면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범위를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한다
에어컨을 켰는데도 방의 일부만 시원하다면 냉기가 충분히 순환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차가운 공기를 방 안쪽까지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바람을 사람에게만 직접 맞추기보다 에어컨에서 나온 냉기가 방 전체로 움직이도록 방향을 조절한다. 거실과 가까운 방을 함께 냉방해야 한다면 공기가 이동해야 할 방향에 맞춰 선풍기를 배치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방문을 열어 냉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에어컨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방은 문을 닫고, 실제로 머무르는 공간을 중심으로 냉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선풍기는 방의 온도를 직접 낮추기보다 공기를 움직이고 체감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없는 방에서는 선풍기를 계속 켜둘 필요가 없다.
햇빛을 막아야 냉기가 오래 남는다
창문으로 강한 햇빛이 들어오면 에어컨이 실내를 식히는 동안에도 방 안에는 열이 계속 쌓인다.
특히 오후 햇빛이 강한 서향 방이나 큰 창문이 있는 거실은 실내 온도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이용해 직사광선을 차단하면 실내에 들어오는 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낮에 외출했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생활이라면 외출 전 커튼을 쳐두는 것도 방법이다.
냉방 중에는 문과 창문을 자주 여닫지 않는다.
다만 환기를 전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환기가 필요할 때에는 짧게 공기를 바꾼 뒤 창문을 닫고 다시 냉방한다.
전기요금을 줄이려면 에어컨 출력만 조절할 것이 아니라,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열과 빠져나가는 냉기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필터 청소는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관리다
필터에 먼지가 쌓이면 에어컨으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이 줄어든다.
바람이 약해지고 냉방 성능이 떨어지면 같은 온도를 만들기 위해 에어컨이 더 오래 작동할 수 있다.
필터가 막히면 공기 흐름과 냉방 효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제품 설명서에 맞춰 청소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다만 에어컨 안의 모든 필터를 물로 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에 따라 물 세척이 가능한 먼지 필터가 있고, 물을 사용하면 안 되는 탈취 필터나 집진 필터도 있다. 필터를 분리하기 전 제품 설명서에서 세척 또는 교체 방법을 확인한다.
물로 씻은 필터는 직사광선이나 높은 열로 급하게 말리지 않는다. 제조사가 안내하는 방식에 따라 충분히 건조한 뒤 다시 장착한다.
필터를 청소했는데도 냉방이 약하거나 이상한 소리와 냄새가 계속된다면 단순한 필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이때는 실외기 상태나 냉매, 내부 부품 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

실외기 주변도 확인한다
실외기는 실내에서 흡수한 열을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실외기 주변이 물건으로 막혀 있거나 실외기실 환기창이 닫혀 있으면 열이 원활하게 빠져나가기 어렵다.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냉방 효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외기 주변에 상자나 큰 물건이 쌓여 있다면 안전한 범위에서 정리한다.
실외기실이 별도로 있는 집은 에어컨 사용 중 환기창이 정상적으로 열려 있는지도 확인한다. 다만 실외기 주변 청소를 위해 몸을 창밖으로 내밀거나 위험한 위치에 직접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상한 진동이나 소음이 발생하거나 실외기가 지나치게 뜨거워 보인다면 직접 분해하지 말고 제조사 점검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취침 기능과 예약 시간을 활용한다
잠들기 전에는 더워서 설정 온도를 낮췄다가 새벽에는 추워서 깨는 경우가 있다.
취침 내내 같은 강도로 냉방하기보다 취침 운전이나 예약 종료, 온도 조절 기능을 활용한다. 제품에 자동 취침 기능이 있다면 시간에 따라 온도와 바람을 조절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예약 종료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설정하는 것도 피한다.
잠든 직후 에어컨이 꺼져 방이 다시 더워지면 잠에서 깨고, 결국 다시 전원을 켜게 될 수 있다. 집의 단열 상태와 수면 시간을 기준으로 적절한 종료 시간을 찾는 편이 낫다.
냉방비를 줄이는 것만큼 제대로 자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 날 피로가 심해질 정도로 더위를 참는 것은 생활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정을 조절해야 한다.
실제 전기 사용량을 확인한다
전기요금이 걱정될 때 가장 먼저 하는 실수는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번 달에 에어컨을 많이 켠 것 같다고 느껴도 실제 사용량은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반대로 에어컨 사용은 비슷했지만 제습기나 건조기 사용이 늘어 전체 전력량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한전ON에서는 전기요금과 사용량을 조회할 수 있으므로, 체감보다 실제 월간 사용량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아파트 관리비에 전기요금이 포함되는 경우에는 관리비 고지서에서 사용량과 전기요금을 확인한다. 가능하다면 지난달과 지난해 같은 시기의 사용량도 함께 비교한다.
전기요금이 증가했다면 에어컨 사용 시간뿐 아니라 새로 사용하기 시작한 가전제품과 사용 빈도를 함께 살핀다.
막연히 에어컨을 많이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 숫자를 확인해야 어떤 습관을 바꿀지 결정할 수 있다.
여름 공과금에는 작은 여유를 둔다
에어컨 전기요금은 매달 같은 금액으로 나오는 고정비가 아니다.
기온과 습도, 재택 시간과 다른 가전제품 사용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평소 공과금을 정확한 예상 금액만큼만 준비한다면 냉방 사용량이 늘어난 달에는 결제 금액이 부족할 수 있다.
고정비 통장에는 평균 공과금보다 작은 여유 금액을 두는 편이 안전하다.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과 생활비, 공과금이 한곳에 섞여 있다면 전기요금으로 남겨둔 돈을 생활비로 착각하기도 쉽다.
30대 남자의 통장 쪼개기에서 고정비 통장을 따로 두는 이유도 월세와 보험료뿐 아니라 달마다 금액이 달라지는 공과금을 생활비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에어컨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식보다 여름철에 늘어날 비용을 미리 예상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에어컨 전기세를 줄이는 순서
에어컨 전기세를 줄이기 위해 매일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는 없다.
여름이 시작될 때 다음 순서만 확인해도 기본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먼저 에어컨 모델명과 인버터 여부, 지원 기능을 확인한다.
필터를 설명서에 맞게 청소하거나 교체한다.
실외기 주변과 환기창이 물건으로 막혀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냉방 전 짧게 환기하고, 냉방을 시작한 뒤에는 문과 창문을 닫는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막는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해 냉기를 순환시킨다.
사람이 계속 머무르는 동안에는 짧은 간격으로 전원을 반복하지 않는다.
취침 운전과 예약 기능을 생활 패턴에 맞게 설정한다.
한전ON이나 관리비 고지서에서 실제 사용량을 확인한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할 때마다 냉방 설정을 새로 고민한다면, 환기와 냉방, 저녁 생활 정리의 순서를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퇴근 후 2시간을 망치지 않는 현실적인 루틴처럼 반복할 행동을 미리 정해두면 불필요한 선택도 줄어든다.
장마철 빨래를 실내에서 말리는 날에는 에어컨이나 제습기 사용량도 늘 수 있다. 이때는 장마철 빨래 냄새 없애는 법처럼 빨래 간격과 공기 흐름을 먼저 조절해야 건조 시간을 줄이기 쉽다.
더위를 참는 것이 절약은 아니다
에어컨 전기세를 아끼겠다고 집에서도 계속 더위를 참을 필요는 없다.
퇴근 후의 집은 몸을 회복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치고 제대로 쉬지 못하면 다음 날의 컨디션까지 무너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작동 방식을 확인하고, 햇빛과 냉기 손실을 줄이고, 필터와 실외기 주변을 관리하고, 실제 사용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걱정돼 무작정 참는 방식도, 아무 기준 없이 에어컨을 사용하는 방식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에어컨을 켜야 할 때는 편안하게 사용하되 불필요하게 새는 전력은 줄인다.
돈을 다룬다는 것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전부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같은 비용으로 조금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사용 방법과 예산을 정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