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혼자 여행했고, 해외에서는 미국도 혼자 다녀온 적이 있다.
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고, 조금 지쳤다면 굳이 다음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쉬어도 된다.
누군가에게 왜 계획을 바꾸고 싶은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나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떠나는 시간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여행은 꽤 잘 맞았다.
그런데 여러 번 여행을 해보니 한 가지 의문도 생겼다.
혼자라서 자유로운 여행과 누군가와 함께해서 더 기억에 남는 여행 중 어느 쪽이 정말 좋은 여행일까.
혼자 여행에서는 모든 결정이 빨라진다
혼자 여행의 자유는 생각보다 사소한 순간에서 크게 느껴진다.
나는 여행을 가면 맛있는 것을 먹고, 멋진 풍경을 보고, 여유롭게 쉬는 것을 좋아한다.
이 세 가지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여행을 갔으니 하루에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좋은 카페 하나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여행하면 이런 차이를 계속 조율해야 한다.
반면 혼자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생각하면 된다.
아침에 계획했던 곳이 갑자기 가기 싫어져도 괜찮고, 예상보다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면 더 오래 머물러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날에는 그냥 쉬면 된다.
나에게 혼자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보다 이런 결정의 자유에 있었다.
그런데 좋은 순간일수록 혼자인 것이 아쉬울 때가 있었다
혼자 여행이라고 해서 모든 순간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멋진 풍경을 봤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친구나 연인과 같이 왔다면 이 순간이 조금 더 재미있고 오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좋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과 그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기억한다는 것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혼자 여행하면 여행 기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풍경이나 음식 사진은 남길 수 있지만 내가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은 적어진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예상하지 못한 대화나 웃긴 상황도 없다.
그래서 혼자 여행은 자유롭지만, 어떤 기억은 함께했을 때 더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친구들과 갔던 여행에서는 자유와 함께함을 모두 가질 수 있었다
친구들과 태국과 일본을 여행했을 때는 혼자 여행과 전혀 다른 재미가 있었다.
사람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에피소드도 많아졌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경험하면 여행이 끝난 뒤에도 꺼내볼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았다.
그런데 그 여행들이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순히 친구들과 함께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여행 내내 붙어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각자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따로 움직였고,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시 만났다.
누군가에게는 관심 없는 장소를 모두가 따라가야 한다는 분위기도 없었다.
함께 여행하면서도 각자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에서 좋아했던 자유를 크게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와 경험을 공유하는 즐거움까지 가질 수 있었다.

반대로 불편한 동행과 함께라면 혼자가 더 나았다
미국을 혼자 여행할 때 현지에서 동행을 구한 적도 있다.
혼자 여행하다가 누군가와 함께 움직이면 재미있는 경험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부터 여러 부분이 쉽지 않았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은지를 맞추는 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혼자 움직였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일을 함께 움직인다는 이유로 계속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 경험 이후에는 여행에서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느꼈다.
여행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계속 선택해야 하는 경험이다.
먹을 곳을 정하고, 이동하고, 돈을 쓰고, 쉬는 시간을 정한다.
평소에는 잘 지내는 사람끼리도 이 선택에서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친한 사람과 좋은 여행 동행이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닐 수 있다.
여행에서는 친밀함보다 방식이 맞는지가 중요할 때가 있다
나는 여행을 같이 갈 사람을 생각할 때 관계의 친밀함만큼 여행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곳을 보고 싶은지, 식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계획을 얼마나 촘촘하게 세우는지, 중간에 따로 움직여도 괜찮은지.
이런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여행에서는 하루 종일 반복된다.
나는 꼭 모든 일정이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면 각자 시간을 보내다가 같이하고 싶은 순간에 다시 만나는 것이 더 편하다.
함께 여행한다고 해서 모든 시간을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여행이 조금씩 의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친구들과 태국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편했던 것도 서로에게 그런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내 기준을 굳이 순서로 표현하면 이렇다.
잘 맞는 사람과의 여행이 가장 좋고, 그다음이 혼자 여행이며, 불편한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혼자가 낫다.
결국 나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의 유무보다 여행하는 동안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가였다.
누군가와 여행하기 전에는 이것부터 맞춰보는 게 좋다
여행을 여러 번 다니다 보니 같이 갈 사람과 여행지보다 먼저 확인하면 좋겠다고 느끼는 것이 생겼다.
거창한 여행 계획표를 함께 만들 필요는 없다.
대신 서로에게 꼭 하고 싶은 것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두는 편이 좋다.
한 사람은 관광지를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천천히 쉬는 것이 중요하다면, 여행지에 도착한 뒤에야 그 차이를 발견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일정 중 일부를 따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여행하는 편이 잘 맞는다.
같이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의 모든 선택까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불편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의 범위를 알고 떠나면 불필요한 갈등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여행은 한 번쯤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혼자 여행을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혼자 여행을 해야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된다거나, 혼자 외국을 다녀와야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도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번쯤 경험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맞출 필요가 없는 환경에 가보면 내가 여행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꽤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보다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계획을 마음대로 바꾸고, 내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고, 쉬고 싶을 때 쉬는 것이 여행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줬다.
동시에 혼자 있어보니 누군가와 좋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혼자 여행이 모든 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방식으로 여행할 때 편하고 즐거운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계기는 될 수 있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더 좋은 여행은 아니다
혼자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여행을 혼자 가고 싶은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과 멋진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도 좋아한다.
여행이 끝난 뒤 그때 있었던 일을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혼자 여행에서는 얻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반대로 함께 여행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여행 방식을 계속 포기해야 한다면 굳이 누군가와 함께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혼자와 함께 중 어느 하나가 더 좋은 여행 방식이라고 정하기는 어렵다.
취향이 있다는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그대로 선택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행도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혼자 떠나는가가 아니라, 여행하는 동안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다.
혼자 여행을 해보면서 나는 자유를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동시에 그 자유를 존중해주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혼자보다 더 좋은 기억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좋은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도, 무조건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좋은 순간은 함께 나눌 수 있는 여행.
그게 지금까지 여러 방식으로 여행해본 뒤 남은 내 여행 취향에 가장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