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이 있는 남자라고 하면 분위기 좋은 공간을 좋아하거나 음악과 옷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반대로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성이 있다는 것과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나 역시 평소에 스스로를 특별히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살다 보면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운데도 오래 남는 장면이 있다. 퇴근길에 우연히 들은 노래, 늦은 오후에 들어온 빛, 평소와 조금 달랐던 누군가의 말투처럼 그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았지만 나중까지 계속 생각나는 것들이다.
그런 장면을 돌아보면 당시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뒤늦게 알게 될 때가 있다.
감성이 있다는 것은 남들보다 많은 것을 느끼는 능력이라기보다, 자신이 느낀 것을 알아차리고 다음 선택과 태도에 반영하는 능력에 가깝다.
감성적인 사람과 감정적인 사람은 다르다
여기서 감정적이라는 말은 감정을 많이 느낀다는 뜻이 아니다.
순간의 기분이 행동과 판단을 곧바로 결정하는 상태에 가깝다. 서운하면 상대의 의도를 확인하기 전에 연락을 끊고, 화가 나면 나중에 후회할 말을 꺼낸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해야 할 일을 전부 미루기도 한다.
감성이 있는 사람도 화가 나고 서운하며 불안해진다.
차이는 감정이 생기지 않는 데 있지 않다. 지금의 감정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한 번 확인한다는 데 있다.
미국심리학회는 명시적인 감정 조절에 감정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거나 행동을 조정하는 과정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감정을 억지로 없애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뒤 어떤 반응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일에 가깝다.
감성은 약함이나 강함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 상태에 맞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태도다.
1. 자기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아차린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그냥 짜증 난다”거나 “오늘 별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불편함 안에도 피곤함, 서운함, 불안, 부담, 외로움과 과부하가 섞여 있을 수 있다. 무엇이 불편한지 구분하지 못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정하기 어렵다.
피곤한 상태를 인간관계의 문제로 오해하면 가까운 사람에게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반대로 누군가의 말에 상처를 받았는데 단순히 컨디션이 나쁜 것이라고 넘기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화가 난다”에서 멈추지 않고 “내 의견을 가볍게 넘겼다고 느껴 서운하다”까지 내려가면 현재 상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
2007년 fMRI 연구에서는 감정이 담긴 얼굴에 감정 단어를 붙이는 과제에서 편도체 활동이 낮아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다만 감정 이름 붙이기가 언제나 다른 감정 조절 전략을 돕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어, 이를 감정을 즉시 없애는 만능 방법으로 볼 수는 없다.
그래서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목적은 기분을 빨리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자동으로 반응하기 전에 지금의 상태가 피곤함인지, 서운함인지, 불안인지 구분하는 데 있다.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차린 뒤에는, 그 감정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옮기는 별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아는 것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별개의 단계다.
2. 하루에서 오래 남는 장면을 발견한다
감성은 특별한 장소에 가거나 비싼 경험을 해야 생기는 것이 아니다.
매일 지나치는 장면 가운데 자신에게 오래 남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된다.
같은 카페에 가도 어떤 사람은 커피 맛을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창가의 빛이나 공간에 흐르던 음악을 함께 기억한다. 퇴근길에도 집에 빨리 가는 일에만 집중하는 날이 있는 반면, 평소와 달랐던 하늘이나 거리의 분위기가 눈에 들어오는 날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자신에게 남았고, 왜 그 순간이 좋거나 불편했는지 아는 것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유난히 마음이 편해졌다면 최근에 소음과 자극이 많았을 수 있다. 오래된 노래가 계속 생각났다면 그 음악과 연결된 시기나 사람이 떠오른 것일 수도 있다.
장면을 알아차리는 일은 일상에 무조건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다르다.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오래 남는 장면이 생겼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단서로 사용할 수 있다.
3. 취향을 소비가 아니라 선택 기준으로 사용한다
취향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고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음악을 많이 듣고 옷을 많이 사며 유명한 공간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의 취향이 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취향은 선택의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옷을 입었을 때 가장 편안한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잘되는지, 어떤 공간에서 생각이 정리되는지 알면 불필요한 선택이 줄어든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한 것을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지금의 생활과 예산에 맞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Afterwork Gentleman은 취향을 판단할 때 세 가지를 본다.
퇴근 후의 생활에서도 반복할 수 있는가.
현재의 예산 안에서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나에게 만족을 주는가.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잠깐의 관심이나 과시를 위한 소비일 가능성이 크다.
감성이 있는 사람은 취향을 자신을 꾸미는 장식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편안한지, 무엇을 오래 즐길 수 있는지 판단하는 생활 기준으로 사용한다.
비싼 물건을 고르지 않아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할 수 있고, 유행하는 공간에 가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알고 있을 수 있다.

4.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지 않고 확인한다
감성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표정과 말투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평소보다 말수가 줄었거나 웃고 있지만 지쳐 보이는 순간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를 알아차렸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분명 나 때문에 화가 난 거야”라고 결론을 내리거나, 상대가 말하지 않은 감정까지 대신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조심스럽게 확인한다.
“오늘 평소보다 조금 지쳐 보이는데 괜찮아?”
“아까 내가 한 말이 불편했다면 말해줘.”
감성은 상대의 마음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평소와 다른 신호를 발견했을 때 자신의 추측을 사실처럼 믿지 않고, 상대가 직접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태도다.
상대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핀다는 이유로 혼자 결론을 내리면 배려가 아니라 오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하면 상대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계속 놓치게 된다.
관찰하되 단정하지 않고, 궁금하다면 묻는 편이 낫다.
5. 자신이 회복되는 조건을 알고 있다
힘든 날 무엇을 해야 편안해지는지 모르면 가장 쉬운 행동으로 흘러가기 쉽다.
침대에 누워 계속 짧은 영상을 보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피곤한 상태에서도 술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 잠시 기분은 달라지지만 실제로 쉬었다는 느낌은 남지 않을 때도 많다.
감성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회복시키는 조건을 조금씩 알아간다.
혼자 조용히 있어야 생각이 정리되는지, 가까운 사람과 대화해야 괜찮아지는지 구분한다. 음악을 들을 때 편안한지, 산책이나 샤워처럼 몸을 움직였을 때 상태가 달라지는지도 관찰한다.
특정 행동이 누구에게나 좋은 방법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카페가 편안한 사람도 있고 집이 가장 편한 사람도 있다.
Afterwork Gentleman이 보는 회복의 기준은 단순하다.
기분을 잠시 잊게 하는가, 아니면 실제로 몸과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는가.
실행한 뒤 생활 리듬이 더 무너지는가, 다음 날을 준비할 여유가 생기는가.
돈과 시간을 과도하게 사용해야 하는가, 피곤한 날에도 작게 반복할 수 있는가.
자신이 회복되는 조건을 알고 있으면 힘든 날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쉬워진다.
감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
감성은 모든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가 아니다.
상대가 한 짧은 말에 지나치게 많은 뜻을 붙이고 혼자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감성이라기보다 자신의 추측에 가까울 수 있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약속과 책임을 미루는 것도 감정을 존중하는 태도는 아니다. 감정은 행동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비싼 옷과 음악, 특별한 공간을 많이 아는 것도 감성의 기준은 아니다.
자신의 취향을 설명하기보다 타인의 선택을 낮게 평가하거나, 취향을 지식과 소비로 증명하려 한다면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것도 다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과 감정 처리를 상대의 책임으로 넘기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Afterwork Gentleman이 생각하는 감성은 감정의 과시나 과도한 의미 부여가 아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생활과 선택에 무리 없이 반영하는 능력이다.
오늘 해볼 수 있는 5분 기록
감성을 확인하는 데 특별한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
하루가 끝날 때 세 가지만 짧게 적어볼 수 있다.
첫째, 오늘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 하나를 고른다.
좋은 장면이어도 되고 불편했던 순간이어도 된다. 퇴근길의 날씨, 누군가의 말, 들었던 음악처럼 구체적인 장면이면 충분하다.
둘째, 그 장면에서 느낀 감정을 한 단어로 적는다.
좋았다거나 나빴다는 표현보다 편안함, 아쉬움, 서운함, 기대, 부담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단어를 선택한다.
셋째, 다음 날 반복하거나 바꾸고 싶은 행동 하나를 정한다.
편안했던 행동은 다시 반복하고, 불편했던 상황은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 바꾼다. 거창한 결심보다 바로 실행할 수 있는 행동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용히 걸었던 시간이 좋았다면 다음 날에도 퇴근 후 10분 정도 걸어볼 수 있다.
점심시간의 대화가 계속 불편했다면 어떤 말이 부담스러웠는지 먼저 정리해볼 수 있다.
이 기록의 목적은 모든 감정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던 상태를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한 번 더 선택하는 데 있다.
감성은 다음 선택에서 드러난다
감성이 있다는 것은 늘 분위기 있게 살거나 모든 순간을 깊이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차리고, 어떤 장면과 취향이 자신에게 중요한지 알고, 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태도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음 행동에 조금씩 반영하는 것이다.
오늘 무엇이 좋았는지 알고 다음 날 다시 선택하는 것.
무엇이 불편했는지 알고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감성은 생각이나 분위기보다 생활 속 선택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